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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즈니스

스무트-홀리 관세법

 

대공황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의 교훈

1930년대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은 경제 역사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정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법안은 당시 미국이 대공황의 위기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하여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유명한 관세법의 배경과 영향, 그리고 현대 무역 정책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배경과 도입 과정

1929년 10월 뉴욕 증시 대폭락 이후, 미국 경제는 심각한 불황에 빠졌습니다. 당시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 대통령 행정부는 자국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이 법안의 주창자는 리드 스무트(Reed Smoot)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Willis C. Hawley) 하원의원이었으며, 그들의 이름을 따서 '스무트-홀리 관세법'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법안 도입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사실 이 법안은 1929년 증시 폭락 이전부터 논의되었으나,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그 논의가 가속화되었습니다.

1,0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이 후버 대통령에게 해당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버대통령은 1930년 5월 17일, 법안에 서명했습니다.

이 법안은 약 20,000개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당시 미국 역사상 최고 수준의 관세율을 설정했습니다.

평균 관세율은 약 40%에 달했고, 일부 품목의 경우 100%가 넘는 관세가 부과되었습니다.

 

 

세계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시행은 세계 무역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의 높은 관세 장벽에 대응하여 다른 국가들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국제 무역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25개국 이상이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는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30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인상했거, 스페인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대폭 올렸습니다. 이러한 무역 전쟁의 결과, 1929년부터 1934년 사이 세계 무역량은 약 66% 감소했습니다.

 

미국 또한 이 정책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수출은 1929년 55억 달러에서 1932년에는 16억 달러로 급감했고, 수입 역시 같은 기간 44억 달러에서 13억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미국 내 실업률 증가와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농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원래 농업 생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역설적으로 농산물 수출이 급감하면서 농가 소득이 더욱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제조업 분야도 원자재 수입비용 증가와 수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무역선
바다는 항해하는 무역선

 

 

대공황과의 관계 : 악화 요인이었는가?

스무트-홀리 관세법이 대공황을 직접적으로 야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첫째, 세계 무역의 급격한 감소는 각국의 생산과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수출 시장이 축소되면서 공장들은 생산을 줄이고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습니다. 

 

둘째, 관세 인상으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켰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이는 실질 소득의 감소를 의미했습니다.

 

셋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역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금 표준제(gold standard)에 의존하던 당시 국제통화시스템에 압력이 가중되었고, 이는 금융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1932년 프랭클린 D. 루즈밸트(Franklin D. Roosevelt)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은 점차 보호무역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습니다. 1934년 상호무역협정법(Reciprocal Trade Agreenents Act)의 도입으로 대통령에게 양자 무역협정을 통해 관세를 최대 50%까지 낮출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었고, 이는 세계무역 회복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현대무역 정책에 주는 교훈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실패는 오늘날 무역 정책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보호무역주의가 재등장할 위험이 있을 때,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 교훈은 '보복적 무역 정책의 위험성'입니다. 한 국가가 높은 관세 장벽을 설정하면,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게 되어 무역 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모든 참가국의 경제에 해를 끼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교훈은 '경제 정책의 국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경제에서는 한 국가의 정책이 다른 국가들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 결정 시 국내적 관점만이 아닌 국제적 맥락도 고려해야 합니다.

 

세 번째 교훈은 '무역제한이 항상 의도한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수출 감소와 더 많은 실업을 초래했습니다.

 

네 번째 교훈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 간 협력과 개방적인 무역 시스템 유지가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 경정에 있어 전문가 의견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이 관세법이 1,000명이 넘는 경제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된 것처럼, 단기적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현대 세계무역과 보호무역주의의 재등장

관세법 이후, 세계는 점차 자유무역 체제로 이동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이후의 세계무역기구(WTO)는 국제 무역장벽을 낮추고 규칙기반 무역시스템을 확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세계 곳곳에서 보호무역주의적 정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에 따른 일자리 이동, 임금정체, 소득 불평등 증가 등의 문제로 자유무역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자국산업 보호와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 관계 인상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무트-홀리 관세법의 교훈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단기적인 국내 문제 해결을 위해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모든 국가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자유무역의 혜택이 사회 전체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무역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지원 정책, 재교육 프로그램, 사회안전망 강화 등 포용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2025.04.07 - [경제] -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미국 경제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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